2025년 7월15일, 인천광역시 소재 한 부대에서 탄약고 울타리 밖에 방치된 5.56mm 보통탄 약 270발이 부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8일 ‘국방분야 공직기강 특별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국방 예산 집행과 군 기부금 관리, 무기고·탄약고 관리 실태 전반에서 관리 미흡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국방 예산은 국회의 승인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집행되지 않았고, 군 기부금은 민간 참여 없는 내부 심사 구조 속에서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거나 사용 내역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또한 무기고와 탄약고 관리의 적정성 역시 주요 점검 대상에 포함됐으나, 해당 내용은 국가안전상 이유를 들어 정보공개법에 따라 비공개 처리됐다.
감사원이 공개한 이번 감사보고서의 핵심은 개별 지적의 나열이 아니다. 이 감사가 드러낸 본질은 국방 행정에서 계획–집행–점검–책임으로 이어지는 관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붕괴의 깊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바로, 무기고와 탄약고 관리 실태가 전면 비공개로 남았다는 사실이다.
탄약고 관리는 국방 행정에서 마지막까지 무너져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예산은 잘못 집행되더라도 사후 조정과 제도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탄약과 무기 관리의 실패는 단 한 번의 사고로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내부 안전사고는 물론, 유출·도난·범죄 악용 가능성까지 직결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이 사안이 “설명조차 공개할 수 없는 상태”로 남았다는 점은, 관리 실패의 성격이 이미 안보 차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감사원은 무기고·탄약고 관리의 적정성을 주요 감사 항목으로 명시하면서도, 해당 내용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2호를 근거로 비공개 처리했다.
이 조항은 국가안전과 국방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보 공개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중요한 점은 이 조항이 자동 적용되는 강행 규정이 아니라, 어디까지가 위험한 정보인지를 감사원이 판단하도록 한 재량 규정이라는 사실이다.
탄약고 관리와 관련한 일정 수준의 비공개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보관 위치나 수량, 구체적 통제 방식과 취약 지점은 공개될 경우 실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문제의 존재 여부, 관리 체계의 구조적 결함 가능성, 개선 필요성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까지 전면 비공개로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했는지는 별도의 질문이다.
감사원에게는 구체적 취약 지점을 가린 채 요약하거나, 관리 실패의 성격만을 설명하는 부분 공개라는 선택지도 있었다.
이 비공개 판단을 둘러싼 논란은 감사원의 ‘의도’를 문제 삼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검증 가능성이다.
감사원이 “국가안전에 위해가 된다”고 판단했을 때, 그 판단의 적정성을 외부에서 점검하거나 최소한의 설명을 요구할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결과, 비공개는 보호 장치인 동시에 국방 행정 시스템이 어디까지 무너졌는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 된다.
이 지점에서 탄약고 관리 문제는 결코 고립돼 있지 않다.
감사보고서는 군 기부금이 민간 통제 없이 내부 중심으로 심사·집행됐고, 일부는 의무복무자 복지라는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됐으며, 사용 내역조차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사례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동시에 최근에는 국회가 승인한 국방 예산이 연말까지 집행되지 않은 채 멈춰 섰고, 왜 집행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과 책임 소재도 분명히 제시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사안들은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보면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한다.
국방 행정에서 자원과 위험을 통제하고 책임지는 관리의 고리가 끊어졌다는 것이다.
돈은 계획대로 집행되지 않았고, 기부금은 목적대로 관리되지 않았으며, 가장 핵심적인 통제 대상인 탄약고 관리 문제는 설명조차 공개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았다. 이것이 정상적인 시스템의 모습일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사설의 질문은 “비공개가 적절했는가”에 머물지 않는다.
부분 공개조차 불가능할 만큼 국방 행정의 관리 실패가 심각한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닌지, 다시 말해 시스템 붕괴의 깊이가 이미 안보 영역까지 침투한 것은 아닌지를 묻는다.
비공개는 위험을 숨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국방은 무기와 병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예산을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 자원을 목적에 맞게 통제하는 시스템, 그리고 그 전 과정이 설명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체계가 있을 때 비로소 작동한다.
감사보고서에 비공개로 남은 탄약고 관리 문제는, 국방 행정 시스템 붕괴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묻는 경고음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복원할 책임 있는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