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미연합사령부를 찾은 안규백 국방장관이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국회가 승인한 2025년도 국방 예산이 연말에 집행되지 않아 군 현장과 방산 계약에 차질이 발생한 사태는 그 자체로 중대한 문제다.
전력운영비와 방위력개선비는 신규 예산이나 추경이 아니라, 이미 1년 가까이 집행돼 온 확정된 정규예산이기 때문이다.
확정 예산이 연말에 멈췄다는 사실은 재정 여건 이전에 예산 집행 체계에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전력운영비는 군이 일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필수 비용이고, 방위력개선비는 이미 체결된 방산 계약에 따라 정해진 시점에 지급돼야 하는 성격의 예산이다.
이 두 예산이 동시에 차질을 빚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지연이나 개별 사업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오늘의 군’과 ‘내일의 군’을 떠받치는 예산이 동시에 멈췄다는 점은 국방 예산 집행 전반을 점검해야 할 신호다.
더욱 의문을 키우는 대목은 같은 시기 정부의 재정 운용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에도 한국은행에서 5조 원을 일시 차입했다.
이른바 ‘한은 마통’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세입과 세출 사이의 시차로 일시적인 자금 부족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단기간 자금을 빌렸다가 상환하는 방식이어서, 일반 가계의 마이너스통장에 비유한 표현이다.
단기 유동성을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면, 국방 예산 미집행을 재정 여력 부족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돈의 유무가 아니라, 예산이 어떤 우선순위로 집행됐는지에 있다.
국방부는 ‘연말 세출 소요 집중’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는 이유라기보다 현상을 되풀이한 설명에 가깝다. 연말 집행 집중은 매년 반복되는 구조적 현상이다.
이를 이유로 국회가 승인한 확정 국방 예산의 집행이 멈췄다면, 문제는 집행 순서와 통제에 있다.
왜 하필 국방 예산이, 그것도 전력운영비와 방위력개선비가 동시에 밀렸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 지점에서 예산 전용 의혹이 제기된다.
법적 의미의 전용 여부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집행 과정에서 확정된 국방 예산이 다른 세출을 감당하는 데 우선 사용되며 사실상 뒤로 밀린 것 아니냐는 의문은 합리적이다.
명시적 전용이 아니더라도, 집행 단계에서 전용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를 더 키우는 것은 국방부의 태도다.
국방부는 예산 집행의 직접적 책임 주체임에도, 군 현장과 방산업체에 실제 차질이 발생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거나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 않고 있다.
확정 예산이 집행되지 않았다는 사실 앞에서 책임 부처의 침묵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검증이다.
국회가 승인한 국방 예산이 왜 연말에 멈췄는지, 그 과정에서 다른 세출로 흡수되거나 우선 사용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는 결산보고서, 감사원 감사,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이는 정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재정과 국방 운영의 기본 질서를 점검하는 문제다.
확정된 국방 예산이 집행되지 않았고, 그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이미 심각한 문제다.
예산 전용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없이는 이 사태는 끝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