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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시대] ⑩노동, 보호가 아니라 위험이 된 제도
  • 김영 기자
  • 등록 2026-01-26 15: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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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보다 이동이 더 위험해졌다
  • 정책 변화가 생존 리스크가 된 사회
  • 각자도생은 선택이 아니라 귀결이다
학습된 불신은 개인의 태도를 넘어 언론·정치·경제·교육·노동 전반으로 확산된다. 본 시리즈는 불신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각 제도가 기능을 상실하며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로 분석한다. 비난이 아니라 설명을 통해, 불신이 각 영역에 어떻게 고착되는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목차>


Ⅱ부. 불신은 어떻게 확산되고 고착되는가 (6~10편)

 

⑥ 언론, 불신을 설명하지 못한 중재자

⑦ 정치, 선택 없는 말의 정치

⑧ 경제, 숫자는 많아졌는데 신뢰는 사라졌다

⑨ 교육, 판단 능력을 길러야 할 제도의 붕괴

⑩ 노동, 보호가 아니라 위험이 된 제도

 


노동 제도는 본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였다. 

 

고용 안정, 사회보험, 보호 규정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사회가 분담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 약속이 작동할 때 노동은 ‘생존의 도박’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경로’였다.

 

그러나 오늘의 노동 시장에서 이 인식은 달라졌다. 

 

보호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보호가 언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알기 어렵다. 제도는 남아 있으나, 제도를 신뢰하는 선택은 점점 더 위험한 판단으로 인식된다.

 

이 변화의 핵심은 이동의 비용이다. 

 

일자리를 옮기는 일, 고용 형태를 바꾸는 일, 경력을 재설계하는 일은 과거보다 훨씬 큰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제도가 보호해 주기보다는, 정책 변화 자체가 개인의 생존 리스크로 전환되는 경험이 누적돼 왔다.

 

노동 불신은 일자리의 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이다. 

 

어떤 선택이 보호를 받는지, 어떤 경우에 보호에서 이탈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을 때 노동자는 제도를 활용하기보다 회피하는 전략을 택한다. 

 

이는 이기심이 아니라 학습된 합리성이다.

 

정책은 자주 바뀌고, 해석은 달라지며, 적용 기준은 충분히 기록되지 않는다. 보호를 말하는 언어는 늘어나지만, 보호가 작동하는 조건은 흐려진다. 

 

이 순간 제도는 안전망이 아니라 추가 변수로 인식된다.

 

이 구조는 노동자의 행동을 바꾼다. 

 

장기 계획은 줄어들고 단기 대응이 늘어난다. 안정적인 경로보다 유연한 회피가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각자도생은 가치관의 변화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정착한다.

 

노동 제도에 대한 불신은 고용주와 노동자 간의 갈등 해소만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제도 전반에 대한 집단적 학습의 결과다. 

 

보호를 믿고 선택했을 때의 실패 경험이 축적될수록, 보호를 믿지 않는 선택이 더 안전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적 해법은 설 자리를 잃는다. 위험을 제도를 통해 나누기보다, 개인이 각자의 방식으로 분산시킨다. 

 

사회는 여전히 작동하지만, 위험은 더 이상 공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

 

각자도생 사회의 특징은 무질서가 아니다. 

 

오히려 질서는 유지된다. 다만 그 질서는 제도가 제공하는 안정이 아니라, 개인의 방어 전략 위에 세워진 질서다. 

 

이 질서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매우 취약하다.

 

노동이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위험의 원천으로 인식되는 순간, 사회는 중요한 전환점을 지난다. 제도가 존재함에도, 제도를 통한 선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때 민주주의는 형식적으로 유지되지만, 연대의 기반은 조용히 사라진다.

 

각자도생은 그래서 선택이 아니다. 

 

불신이 언론, 정치, 경제, 교육을 거쳐 노동으로 확산된 뒤 나타난 구조적 귀결이다. 개인은 합리적으로 행동했을 뿐이지만, 사회 전체는 점점 공동의 판단과 책임을 잃는다.

 

노동 제도가 위험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각자도생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제도가 예측 가능성을 상실했을 때 나타나는 구조적 결과다.

 

Ⅲ부. 불신 이후의 사회 (11~15편)부터는 불신이 완성된 사회 이후를 묻는다. 

 

‘각자도생 사회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끝내는가’, 그 구조를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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