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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시대] ②확증편향 사회의 등장
  • 김영 기자
  • 등록 2026-01-08 16: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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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은 많아졌지만 판단은 바뀌지 않는다
  • 성공은 예외가 되고 실패는 증거가 된다
  • 확증편향은 개인 성향이 아니라 사회 구조다
이 연재는 불신을 감정이나 정치 문제가 아닌, 반복된 경험과 학습, 제도 설계의 결과로 분석한다. 정책 실패보다 설명 실패와 책임 없는 결정이 어떻게 사회적 불신을 구조화했는지를 추적한다. 본 시리즈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독자가 사회를 바라보는 판단의 기준선을 복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목차>


Ⅰ부. 불신의 구조를 해부하다 (1~5편)


① 불신은 감정 아닌 학습

② 확증편향 사회의 등장

③ 정책이 안정 장치 아닌 위험 변수

④ 불신 사회의 다섯 가지 징후

⑤ 해법은 신뢰 회복 아닌 불신 관리




사실이 늘어나면 판단이 교정될 것이라는 믿음은 오래전부터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여져 왔다.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고, 반대 근거가 제시되면 사람들은 더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오늘의 사회는 이 기대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실은 넘쳐나지만, 판단은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단단해질 뿐이다.

 

이 현상은 흔히 개인의 인지적 한계, 즉 확증편향으로 설명된다. 


사람은 자신의 기존 믿음을 강화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사실은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설명만으로는 오늘날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확증편향이 개인의 성향을 넘어 사회 전체의 인식 구조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증편향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해석의 비대칭성이다.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성공했을 때, 그 성공은 ‘특수한 조건’, ‘우연’, ‘일시적 효과’로 설명된다. 반대로 실패했을 때, 그 실패는 곧바로 구조적 결함의 증거로 해석된다. 


성공은 예외가 되고, 실패는 규칙이 된다.

 

이 사회에서 판단은 성공을 통해 교정되지 않고, 실패를 통해 강화된다.

 

이 비대칭적 해석은 우연이 아니다. 반복된 경험이 만들어낸 학습의 결과다. 


설명되지 않은 실패가 누적될수록, 사람들은 성공보다 실패를 더 신뢰하게 된다. 실패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확인해 주지만, 성공은 기존 인식을 수정해야 하는 부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보 과잉 시대는 이 경향을 더욱 강화한다. 


새로운 정보는 끊임없이 공급되지만, 그 정보가 판단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점점 사라진다. 왜 어떤 판단이 옳았는지, 왜 다른 선택지가 배제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기록되지 않으면, 정보는 사실의 축적이 아니라 확신의 재료로만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사실은 토론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론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된다. 


같은 사실을 두고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해지고, 각 해석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강조한다. 확증편향은 더 이상 오류가 아니라, 합리적인 방어 전략처럼 작동한다.

 

확증편향 사회에서는 설득의 언어가 힘을 잃는다.

 

새로운 사실을 제시하는 행위는 판단을 바꾸기보다 기존 입장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반박은 토론을 심화시키는 장치가 아니라, 진영을 식별하는 신호로 작동한다.

 

이때 사회는 중요한 전환점을 지난다. 


판단이 사실에 의해 교정되는 구조가 무너지면서, 공적 합의의 가능성도 함께 약화된다. 서로 다른 집단은 더 이상 같은 기준 위에서 논쟁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확신을 유지하기 위한 정보만을 축적한다.

 

확증편향이 사회 구조가 되면, 문제는 단순한 오해를 넘어선다. 사회는 실패를 수정할 기회를 잃는다. 


왜냐하면 수정은 기존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증편향 사회가 치르는 가장 큰 비용이 된다.

 

이 구조는 불신과 맞물리며 더욱 강화된다. 


이미 학습된 불신은 새로운 설명을 의심하게 만들고, 그 의심은 다시 기존 인식을 강화한다. 이렇게 불신과 확증편향은 서로를 지지하며 닫힌 인식 구조를 형성한다.

 

확증편향 사회의 위험은 극단적 의견의 존재가 아니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사회가 스스로의 판단을 점검할 수 있는 장치를 상실한다는 점이다. 판단을 바꾸지 않는 사회는 결국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확증편향은 개인의 약점이 아니라, 설명과 기록이 부재한 사회에서 학습된 합리적 태도다. 이 태도가 구조로 굳어질 때, 사실은 판단을 바꾸지 못한다.

 

다음 편 ③정책이 안정 장치 아닌 위험 변수에서는 이렇게 형성된 확증편향 사회에서 정책이 왜 안정 장치가 아니라 위험 변수로 인식되기 시작했는지를 살펴본다.


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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