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22일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종합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위원회의 ‘사관학교 교육개혁 분과위’는 국군사관대학교를 신설하고 기존 육·해·공군사관학교는 그 아래 단과대 개념으로 통합하는 안을 국방부에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국방부 제공]
군 조직 개편은 군사적 효율성과 정치적 의미가 교차한다. 최근 제기되는 통합사관학교 논의 역시 군 교육체계 조정과 인력 양성 방식의 변화로만 보기에는 함의(含意)가 크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장교단 형성과 군 내부 권력 구조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육·해·공 군종 분리 체제… 권력 집중을 방지하는 견제 구조
통합사관학교 구상은 합동성 강화와 교육 효율화를 명분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 논의는 군 교육의 문제를 넘어, 군 구조와 문민통제 방식의 근본 변화까지 함께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군 조직은 국가 권력의 핵심 축이며, 그 구조 변화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해석을 동반한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육·해·공군을 분리된 체제로 유지해 온 데에는 군사적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군종 분리는 전력 운용의 효율성보다 권력 집중을 방지하는 견제 구조를 염두에 둔 제도적 선택이었다.
서로 다른 군종이 존재할 때 군 내부에는 자연스러운 균형이 형성되고, 문민통제 역시 단일 지점이 아닌 다층 구조로 작동한다. 이는 군사 권력이 한 축으로 집중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통합군 체제는 지휘 체계 단순화와 상시 전시 대비, 예산 절감과 교육 표준화라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동시에 군사 권력의 집중, 정치적 중립성 약화, 문민통제의 복잡성 증가라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한다. 그래서 서방에서도 통합군 논의는 언제나 군사 문제를 넘어 정치적 논쟁으로 확장되었다.
실제로 통합군 체제를 채택한 국가들에는 특정한 역사적·정치적 공통점이 존재한다.
캐나다는 1960년대 육·해·공군을 단일 조직으로 통합했으나, 이후 각 군의 정체성과 전문성이 약화됐다는 평가 속에 사실상 군종별 체제로 되돌아갔다. 일본은 헌법적 제약 속에서 육·해·공 자위대를 통합된 지휘 체계로 운용하지만, 이는 군사 대국이 아닌 방위 전용 체제라는 특수성에 기반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와 정치적 통제 목적의 통합 지휘 구조를 갖고 있다.
통합군 체제의 배경… 강한 정치권력, 중앙집중적 통제, 특수한 안보 환경
통합군 체제가 보여주는 획일적 공통점은 분명하다. 이 체제는 강한 정치권력, 중앙집중적 통제, 또는 특수한 안보 환경을 전제로 작동해 왔다. 반대로 민주주의 국가들은 문민통제 약화와 권력 집중에 대한 우려로 통합군 체제에 대한 논의와 채택을 배제했다. 대신 평소에는 각각의 군종별 영역에서 전기·전술을 연마하고, 전시 상황에서 통합군 체제로 전환하는 연합훈련과 통합훈련을 강화했다.
현대전의 양상 역시 통합군 체제에 대한 반대 이유와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의 승패가 조직의 크기나 형식적 통합이 아니라, 전문화된 역량의 신속한 결합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드론, 전자전, 정보전, 분산 지휘와 현장 자율 결심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전장은 ‘조직 통합’보다 ‘영역별 전문화와 결합 능력을 통한 실시간 족집게 타격’을 요구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통합사관학교는 미래 전장의 요구에 반한다. 합동성은 동일한 교육에서 자동으로 생성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전문성이 살아 있고 이를 연결하는 지휘 체계와 훈련이 갖춰져야 합동은 작동한다. 다양성을 줄인 통합은 오히려 군사력 발휘와 연합과 합동 전력의 토대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사관학교 교육은 군인 정신력과 군별 정체성 배양이 장교 양성의 핵심인데 초기에 소속감 없이 배치하는 현 통합사관학교 구상은 전문성과 자부심을 약화시킬 우려를 안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장교단의 모체와 출발점이 단일화될 경우, 인사·진급·지휘 구조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정착된 군의 전통과 군별 균형과 문민통제 방식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책임 구조다. 현재는 각 사관학교가 교육 품질과 인재 양성에 대해 비교적 명확한 책임을 진다. 그러나 통합 이후에는 책임의 주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군 조직에서 책임의 흐림은 곧 발전성과 대응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행정의 문제로만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통합사관학교… 정치적 목적에 의해 군이 정권의 군대로 추락할 우려
결국 통합사관학교 논쟁은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통합사관학교 추진과 군 구조 개편이 전쟁 방지와 군의 사기와 국가의 민주적 통제 구조에 실질적 이익이 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의 조직 개편이라면 국가 권력의 핵심이자 국가 주권의 실체인 군(軍)이 북한과 중국처럼 정권의 군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 전투 효율성과 평화 정책의 이름으로 그동안 무엇을 해체하고 훼손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군 개혁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이며, 상징적 조치보다 구조적 균형에 대한 성찰이 우선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 여부를 둘러싼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군 구조 개편이 장기적으로 군의 전문성·합동성·문민통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냉정한 검토다.
군은 통제의 획일성과 효율성보다 전쟁을 사전에 방지하고, 전쟁이 발발하면 반드시 이겨야 사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런데 마치 한반도에 전쟁은 없을 것처럼 훈련도 못 하게 하고, 핵심 전력 해체에 가까운 자해행위를 한다면 이는 국가 파괴행위다.
민심과 군심은 전투 효율성을 빙자해 통합군 체제로의 변환을 꾀하는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한다.
박필규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