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종북 지하당인 통혁당에 가담했던 신영복(왼쪽)과 김미영 대표의 신간 ‘숨은민국’, 민혁당 설립을 주도한 김영환. [사진=성공회대·세이지·연합뉴스]
주사파 문제에서 부정선거 문제까지 복잡한 이념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온 김미영 VON뉴스 대표가 ‘숨은민국’을 펴냈다.
1945년 38선으로 남북이 갈린 한반도는 6·25전쟁을 거쳐 휴전선이라는 더 길고 넓은 경계선으로 갈라졌다. 남북이라는 지도상의 위치만 갈라진 것이 아니었다. 이념의 벽이 대한민국을 둘로 갈랐다.
통혁당이 계획하고 민혁당이 퍼뜨린다
두 개로 갈린 나라 가운데 한 나라는 밑으로 숨어 ‘숨은민국’을 이루었다. 저자는 은국을 지배하던 두 개의 정당으로 통일혁명당(통혁당)과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을 꼽는다.
저자는 현재까지 대한민국을 조용히 점령하고 있는 은국의 지도부를 통혁당으로 지목한다. 그리고 민혁당을 통해 숨은민국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은국민이 양산되었다고 본다.
“대한민국 반체제 지식인들을 공산 혁명 세력화하려는 공작은 오래전부터 치밀하고도 반복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절정에 해당하는 것이 4·19 직후의 통일혁명당(통혁당)과 5·18 이후의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이라는 종북 지하당 건설이었다.”
이 두 정당은 불법적 비밀정당 형태였지만 실체로서 존재했고, 몸을 숨길 뿐 사라진 적이 없다.
1960년대의 통혁당은 1990년대의 민혁당과 본질적으로 이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945년 한반도에서 권력을 얻은 김일성 3대는 냉전이 끝난 시점에도 여전히 북한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은 진정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개탄한다. 이 나라에서 진정한 권력자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숨은민국이기 때문이다. 오래 숨어있었던 그 나라는 북한, 중국 때로는 러시아와 손잡고 대한민국에 맞서고 있다.
여전히 활동 중인 종북 지하당들
‘강철서신’의 저자인 김영환은 NL계열주체사상파의 시조이자 민혁당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나는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동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건국의 정통성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편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역시 그렇습니다.”
김영환은 인터뷰를 진행할 때 하나같이 “전향이 아니다. 전환이다. 시대가 바뀌면 시대정신이 바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인터뷰를 ‘월간조선’ 1999년 6월호에 실으면서 때 편집부에 “전향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고, 실제로 편집부가 이를 받아들여 제목에서 ‘전향’이라는 단어 대신 ‘전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또 김영환은 “우리는 여전히 주사파다. 주체사상을 포기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 투항하지 않는다”는 뜻을 솔직하게 밝히곤 했다.
전향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뭔가. 저자는 “북한의 건국 정통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3, 4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속물적인 김일성주의자 신영복
저자는 숨은민국은 더 이상 숨은 나라가 아니라고 말한다.
“은국은 한국을 대체했다. 사법부에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 문화계 지식계에서 먼저 은국의 점령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통혁당이 무엇인지 신영복이 무슨 일로 감옥에 갔는지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 그의 글씨가 소주 브랜드를 넘어 국가정보원 표석에 사용되는 상황까지 왔다.”
신영복이 누구인가. 문재인을 비롯해 좌파들이 존경하는 인물 1순위에 꼽는 자가 아닌가. 하지만 통혁당을 주도한 김질락은 옥중수기에서 신영복의 존재에 대해 “속물적인 김일성주의자에 불과하다”고 폭로했다.
저자는 통혁당이 전형적인 북한 지하당이라면, 민혁당은 이질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고 전한다.
그들은 1980년대 대규모 학생운동권 조직을 배경으로 전방위적인 정치세력화에 성공했다. 민혁당은 전위조직이면서 동시에 대규모 대중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최초의 지하당이었다.
지하당 형태의 전위조직을 유지하면서도 대한민국에 합법 정당을 결성할 수 있을 정도의 정치적 역량을 갖추고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배출해낸 정당이 민혁당이다.
책에 따르면 원조 민혁당은 해산된 후 뉴라이트 정치세력으로 변신하여 보수우파 정당과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재건 민혁당은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는 시행착오를 겪고도 종북 주사파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합법 정당을 설립하여 원내정당이 되는 데까지 이르렀다.
저자는 “대한민국 건국 이전부터 한반도 남쪽을 비롯한, 일본·미국·유럽 등 우방국에까지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악성 세력은 실핏줄처럼 공작망을 뻗치고 있었다”며 “제도 정당은 1990년대 중반 이래 민혁당의 광범위한 영향력 아래 들어가 있고 진정한 대한민국 제도 정당은 실종상태”라고 개탄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숨은민국(은국)을 북한이나 중국공산당의 하수인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전한다. 한마디로 숨은민국은 ‘복잡계’다.
그들의 신념도 이해해야 하지만 그들의 실력도 얕봐선 안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들의 신념과 실력을 압도할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세대가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2024년 12월3일의 계엄이 그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