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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칼럼] 거위 밥 빼앗아 더 큰 거위 만들겠다는 기적의 연금술
  • 박주현 작가
  • 등록 2026-05-29 15: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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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연대’로 포장된 낡은 공산주의의 귀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모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초과이익 공유를 얘기하니 공산당이라는 주장을 하는데, 사회적 대화가 어떻게 공산당 얘기인가”라며 “이번 제안은 거위 배 가르기가 아니라 더 큰 거위, 또 다른 거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게 아니라, 더 큰 거위를 만들자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초과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하겠다며 완장을 찬 노동부 장관이 유튜브 방송에 나가 뱉은 해명이다. 

 

국가가 강제로 기업의 금고를 열어 재산을 분배하겠다는 노골적인 약탈 선언을 두고 야당이 ‘거위 배 가르기’라 비판하자, 이를 받아친답시고 내놓은 기적의 연금술이다.

 

상식적인 이성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거위가 낳은 황금알을 세금이라는 합법적 테두리 밖에서 임의로 징수해 가고, 거위가 먹어야 할 혁신의 재료인 자본마저 강제로 빼앗아 남들에게 나눠주면서 도대체 어떻게 ‘더 큰 거위’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밥을 빼앗긴 거위는 더 크게 자라지 않는다. 서서히 굶어 죽거나, 먹이를 빼앗지 않는 다른 나라로 도망칠 뿐이다.

 

노동자 출신이라는 장관 개인의 과거 궤적을 굳이 깎아내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땀 흘려 일한 경험 자체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국가의 거시 경제와 자본 시장의 복잡한 룰을 조율해야 할 장관의 자리에 앉았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글로벌 자본의 흐름이나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에 대해 전문가와 비견될 만한 지식도, 경력도 전무한 이가 대체 무슨 근거와 자신감으로 저토록 오만한 잠꼬대를 늘어놓고 있는 것인가.

 

경제학 원론의 첫 장조차 제대로 소화한 적 없는 비전문가가, 시장 경제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글로벌 1등 기업의 금고를 열어젖히며 경제학자 행세를 한다. 거위가 무엇을 먹고 자라는지 그 생태계의 기본 원리조차 모르는 무지한 자의 기괴한 자신감이다.

 

이 서늘한 촌극의 절정은, 장관 본인이 “이게 어떻게 공산당과 연결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짐짓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인 대목이다.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이라면 치명적인 지적 파산이고,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이라면 지독한 기만이다.

 

우리가 이 정책을 공산주의적 발상이라 부르는 이유는 명확하다. 합법적인 ‘조세 제도’를 우회하여, 국가 권력이 사기업의 정당한 세후 이윤에 ‘초과’라는 임의적이고 도덕적인 낙인을 찍어 강제로 뜯어내는 행위. 그것이 바로 카를 마르크스가 주창했던 사유재산 몰수의 정확한 정의이기 때문이다.

 

장관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공산주의는 처음부터 총칼을 들고 피 냄새를 풍기며 다가오지 않았다. 언제나 ‘민주주의’ ‘사회적 연대’ ‘동반 성장’ ‘양극화 해소’라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따뜻한 언어들을 입고 천사처럼 강림했다.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롭게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 거룩한 수사학에 속아 넘어간 결과가 어떠했는가.

 

역사는 이미 숱한 피를 흘리며 증명했다. 사적 소유와 이윤 추구라는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본성을 도덕으로 억압한 체제는 예외 없이 파멸했다. 지구상에 공산주의 경제 모델로 부요함을 누리는 나라는 단 한 곳도 남지 않았다. 

 

그 종주국이었던 중국조차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자본주의를 수혈받아야만 했다. 전 세계가 이미 폐기 처분한 그 실패한 이념의 망령을 끌어와 대한민국 1등 기업의 목줄을 죄려는 자들이 “왜 공산당 소리를 들어야 하냐”며 발끈하는 꼴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더욱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그들의 얄팍한 핑계다. 기업의 돈을 합법적으로 뜯어내기 위해, 그들이 평소 그토록 악마화하고 저주했던 고(故) 이건희 회장의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마케팅 카피까지 끌어다 쓴다. 

 

자발적인 기업의 공급망 관리 전략을 국가가 주도하는 부의 강제 몰수 논리로 둔갑시키기 위해, 무덤 속 기업인의 언어까지 훔쳐 와 방패막이로 삼는 저 뻔뻔함 앞에서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된다.

 

자신의 얕은 지식을 신념으로 착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흉기는 없다. 이재명 정권과 좌파 카르텔이 경제와 시장을 대하는 태도가 딱 이 수준에 머물러 있다. 거위가 어떻게 자라는지도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평등’이라는 이념의 녹슨 칼을 쥐고 수술대에 오르는 순간, 거위는 더 크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배가 갈라져 처참하게 숨을 거둘 뿐이다.

 

달콤하고 듣기 좋은 말로 포장된 ‘완장질’의 끝은 명확하다. 나누어 가질 초과이익조차 사라진 텅 빈 폐허 위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가난해지는 완벽한 지옥. 시장의 신뢰를 조롱하며 낡은 이념의 칼춤을 추는 이 기괴한 아마추어들 앞에서, 자본의 인내심은 결코 길지 않을 것이다.





◆ 박주현 작가

 

작곡가, 음악감독, 칼럼니스트, 수필가. 페이스북에서 정치, 시사,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 수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에세이집 ‘폭풍의 바다를 건너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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