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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좌파 경제학자 딘 베이커, ‘트럼프에 돈 주지 마라’ 주장 논란
  • 김영 기자
  • 등록 2025-09-16 15: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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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커 급조된 주장, 한국 언론은 ‘왜 대서특필했나’
  • 미·일 MOU 외면, WTO 위반 대안 제시, 단순 계산의 허점
  • ‘정부의 의도된 언론 플레이 의심’ 지적도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공동 창립자 딘 베이커가 최근 칼럼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천억 달러를 건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외국 전문가도 트럼프의 요구를 비판한다”는 프레임을 앞세웠다. 그러나 그의 글은 경제학자의 분석이라기보다 정치적 구호에 가깝고, 국제 규범과 협상 현실을 무시한 급조된 논리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국내 학자들 역시 현실성과 법적 제약을 지적하고 있다. <편집자 주>

한국·일본 투자 합의를 비판한 딘 베이커, 그러나 숫자와 근거는 빈약했다. 한미일보 합성

딘 베이커는 미국 내 대표적 좌파 경제학자로, 자유무역과 지식재산 제도를 꾸준히 비판해왔다. 하지만 이번 칼럼은 숫자와 모델이 사라지고 정치적 수사만 남았다. 

 

그는 일본과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액을 바치듯 관세 감면을 받는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합의 구조와 국제 규범, 무역 데이터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그의 주장을 비현실적이라 지적한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며 정부의 통상 부담을 덜어주는 여론 형성에 활용했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트럼프에 돈 주지 마라’ 주장

 

딘 베이커는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공동 창립자이자 수석 경제학자다. 그는 금융 규제 강화, 복지 확충, 자유무역 비판을 일관되게 주장해왔으며, 미국 내부에서도 급진 좌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번 칼럼은 경제학자의 분석이라기보다 정치인의 연설문에 가까웠다. 숫자와 모델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정치적 수사뿐이기 때문이다.

 

베이커는 일본과 한국이 각각 5,500억 달러, 3,500억 달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네고 관세 인하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차라리 그 돈을 수출업자와 노동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미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을 합의했으며, 투자 약속은 일본정책금융공사(JBIC) 등의 대출·보증 한도로 이뤄져 있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실제 집행액은 수십억 달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백지수표”라는 그의 표현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한국의 경우도 3,500억 달러는 ‘최대 한도’일 뿐, 여러 해에 걸친 투자와 금융 지원 계획으로 나뉜다. 한국의 외환보유액(2025년 7월 기준 약 4,200억 달러)과 비교하면 83%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지만, 실제 집행 구조는 훨씬 축소된 형태다. 단순 비교는 현실을 왜곡한다.

 

그의 대안은 더 큰 허점을 안고 있다. 

 

베이커는 수출업자와 노동자에게 직접 지원하면 된다고 했지만,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협정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수출연계 보조금이다. 

 

실제로 캐나다 재생에너지 사건, EU 항공기 보조금 사건 등에서 불법 판정이 내려졌으며, 한국도 조선업 보조금 문제로 EU와 WTO 분쟁을 겪은 경험이 있다. 베이커식 대안은 한국을 다시 국제 분쟁장으로 끌어들이는 위험한 처방이다.

 

숫자 추정도 부실하다. 

 

그는 관세가 25%로 오르면 한국의 대미 수출이 연간 125억 달러 줄어든다고 했지만, 2018~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전미경제연구소(NBER)와 미국 연준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의 90% 이상이 미국 수입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중국 수출 감소도 품목별 2~6%에 그쳤고, 전체 수출은 우회 수출로 유지됐다. 베이커의 추정은 경제학적 모델링이 아니라 정치적 구호에 가까운 셈이다.

 

그는 또한 미국 내 투자 효과를 무시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시에 200억 달러 이상, SK하이닉스는 수십억 달러 규모를 투자 중이며,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CHIPS)의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활용하고 있다. 투자는 단순 지출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회수 가능한 전략 자산이다.

 

안보 맥락도 빠졌다. 

 

한국은 한미동맹에 따라 매년 1조 원대 방위비 분담금을 지출한다. 이는 단순 비용이 아니라 안보 자산에 대한 투자다. 베이커가 이를 무시하고 경제적 손익만 계산한 것은 한국 현실을 모른 채 내놓은 처방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은 그의 칼럼을 “외국 전문가도 트럼프 요구를 어리석다 본다”는 식으로 인용했다. “차라리 관세 맞자”, “트럼프에 돈 줄 필요 없다” 같은 자극적 제목이 쏟아졌지만, 정작 그의 주장이 안고 있는 허점과 법적 제약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검증 없는 확대 재생산이란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보인다.

 

딘 베이커의 이번 칼럼은 학자의 분석이라기보다 좌파 이념이 투영된 정치적 구호에 가깝다. 미·일 MOU의 구조, WTO 규범, 무역 데이터, 한국의 외환 및 투자 규모를 무시한 채 단순비례식 계산으로 결론을 도출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그의 대안을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며 정부 입장을 강화하는 여론 형성에 일조를 한 셈이 됐다. 

 

때문에 이 글을 쓴 배경에 한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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