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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검을 정치의 하청기관으로 본 사법부
  • 관리자 관리자
  • 등록 2025-11-14 15: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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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교안·박성재 영장기각… 특검 정체를 규정한 판결
  • 내란 뒤에 숨겨진 권력의 조급함을 거부한 사법부
  • 내란죄 적용의 엄격함을 보여 준 판결

내란의 과녁을 겨눈 법원. 정치적 수사를 향한 첫 경고가 발사됐다. 한미일보 그래픽

 

 

내란특검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단순히 기각 그 자체를 넘어 사법부가 특검의 정체를 규정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이번 기각 사유에서 세 가지를 명시했다. 

 

구속의 필요성 부족, 혐의 다툼의 여지, 증거인멸 우려 소명 부족. 

 

이 세 문장은 영장 청구의 기본 요건 전체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뜻이며, 더 나아가 특검이 내란 혐의를 구성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단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의미한다. 

 

이번 기각은 그래서 단순한 절차적 제동이 아니라, 특검 수사의 방향·동기·구조 자체가 정치적 목적에서 출발했음을 사법부가 사실상 판정한 것과 다름이 없다.

 

내란죄는 국가 형벌 체계의 최정점에 있는 범죄다. 폭동의 실질적 위험, 국가 기능에 대한 중대한 침해, 공권력 붕괴의 개연성 등 명확한 구성요건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특검이 법원에 제출한 근거는 이러한 기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대통령 면회 요청, 정권 비판, 정치적 의견 개진 같은 정무적 행위를 내란의 공동정범 구성요건에 끼워 맞추면서도 폭동의 개연성은커녕 실체적 위험을 설명할 증거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법원이 “혐의 다툼의 여지가 크다”고 밝힌 것은 바로 이 부분을 정확히 겨냥한 것이다. 내란이라는 최고 범죄를 적용하려면 법적 요건이 단단해야 하지만 특검의 영장은 그 토대가 허공에 떠 있었다.

 

또한 법원이 “구속의 필요성 부족”을 적시한 것은, 특검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속이라는 강제 수단을 남용했다는 판단이 반영되어 있다. 내란죄 영장이라면 폭동의 위험, 추가 범행의 개연성, 공공 안전에 대한 심각한 침해 등을 제시해야 하지만, 특검은 그 어떤 실질적 위험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이번 결정은 “범죄가 아니라 정치였다”는 사법부의 조용하지만 단호한 선고로 읽힌다.

 

“증거인멸 우려 소명 부족” 역시 매우 중요하다. 

 

특검은 내란이라는 중대 범죄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증거가 사라질 위험’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는 특검이 사실상 정치적 프레임에 의존한 혐의 구성을 했다는 뜻이며, 법원은 그 허점을 정확히 꿰뚫었다. 

 

법원이 단순히 ‘소명이 부족하다’고 적시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당신들이 주장하는 내란 혐의에는 법적 실체가 없다”고 판정한 것이다. 

 

이 세 가지 판단은 서로 연결되어, ‘특검의 수사는 법이 아니라 정치에서 출발했다’는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이번 기각의 의미는 명확하다. 

 

사법부는 이번 영장 기각을 통해 특검을 정치적 하청기관으로 규정한 것과 다름없는 판정을 내렸다. 법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영장을 ‘내란’이라는 거대한 말로 포장해 제출한 수사팀의 방식은 사법부의 눈에 정치적 목적 수행을 위한 과잉 행동이자 남용으로 보였을 것이다. 법원은 그 과잉 행동을 더 이상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기각은 “영장 기각”이 아니라 “특검의 정체 규정”으로 읽힌다.

 

특검이 이 경고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내란’이라는 칼은 잘못 휘두르면 상대가 아니라 스스로를 베게 된다. 정권이 조급해질수록 그 칼은 더 자주 등장하지만, 사법부는 이번 결정으로 그 칼을 눌러 세웠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특검은 법원의 이 선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하청기관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굳혀갈 것인가. 법원은 이미 첫 답을 냈다. 공은 이제 특검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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