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출신의 미국 싱어송라이터이자 노동운동가였던 조 힐(Joe Hill, 1879~1915). 사형 집행 전 그는 “나를 애도하지 말고 조직하라”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 [사진=위키디피아]
10여 년 전, 미국에서 ‘죽지 않는 남자’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노동운동가이자 싱어송라이터였던 조 힐의 삶을 총체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다.
스웨덴 출신의 이주노동자 조 힐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떠돌이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조명한 민중가요를 만들고 노동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다가 한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명확한 증거도 없이 살인범으로 몰려 사형에 처해진다.
‘사법살인’이라 불리는 이 사건 이후 조 힐은 노동운동의 아이콘이 되었다.
19세기 말 처참했던 노동 현장… 노동운동이 시작된 배경
19세기 말, 세계 각국의 노동 현장에서는 하루 12시간 노동, 처참한 노동환경, 저임금, 부당한 폭력과 해고 등이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온 가족이 일해야 간신히 먹고살 수 있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도, 달리 방법을 구할 겨를도 없이 그저 감내하며 노동자들이 간절히 바란 것은 하루 8시간 노동과 먹고살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하나둘 간절한 목소리를 내며 노동운동이 자리 잡아가게 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사회주의 논리 개입하며 변질된 노동운동
문제는 절절하고도 타당한 노동자들의 분노와 염원에 사회주의 논리가 개입했다는 점이다.
노동운동 초기에 각국 정부가 노조를 탄압한 것은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며 노동운동은 대부분 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주도됐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빌 헤이우드이다.
폭력과 파업 조장한 빌 헤이우드는 마르크스주의자
미국 사회당의 열성당원이자 마르크스주의자였던 그는 직접 행동과 파업을 무기로 삼을 것을 주장했고 그가 주도한 집회나 파업은 대부분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이런 행보 때문에 그는 공안당국의 주목을 받아 간첩죄로 체포당했다. 그는 결국 항소심을 위해 잠시 출소한 틈을 타서 소비에트연방공화국(지금의 러시아)으로 망명해 버렸다. 그 후 여생을 그곳에서 보냈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하고 알코올중독과 당뇨에 뇌졸중이 겹쳐 외롭게 세상을 떴다.
빌 헤이우드, 결국 러시아로 망명
“강탈이라! 그건 좋은 것이다! 나는 이 단어가 좋다. 이 말은 자본가에게서 뭔가를 빼앗아 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빼앗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
빌 헤이우드가 종종 내뱉던 말이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이렇게 자기 나름의 단순한 논리로 명제화한 것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노동이 모든 부를 생산한다. 그러므로 모든 부는 생산자인 노동자의 것이다.”
바로 이 말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을 괴롭히고 있다.
한국 조선업을 괴롭혀 온 민노총
특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선박 제조 기술로 세계 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조선업의 경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전사들로 인해 수없는 위기를 겪어 왔다.
현재 한국 조선업은 2025년 기준 역대급 흑자를 기록하며 ‘제2의 슈퍼 사이클’ 정점에 진입했으며,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조선소 구축과 해양 방산 수출 확대를 통해 단순 제조를 넘어선 글로벌 해양 리더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3년 전만 해도 조선업은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는가 마는가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내부적으로 ‘인력난’과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호황 속 위기’를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배경은 말할 것도 없이 민노총이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대우조선해양(現 한화오션)의 하청노조 파업이다.
2022년 대우조선 파업 사태로 조선업 전체 위기
2022년, 대우조선에서는 하청노조가 생산 핵심 시설인 도크를 점거해 조업을 방해하며 불법파업을 한 달 넘게 지속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조선업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지역 LNG운반선 수요가 늘어난 덕분에 기사회생의 기회를 맞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산하 하청노조의 막무가내 식 이기적 투쟁 덕분에 기회가 날아갈지도 모를 순간이었다.
하청노조의 주장을 들어 보면 핵심은 “왜 너만 잘살아? 나도 너만큼 잘살아야겠어”라는 억지에 다름 아니다.
그들은 고용주가 위험부담을 홀로 감수하며 회사를 지키고 키워 온 아슬아슬한 나날과 그 고충을 인정하지 않는다.
OECD 상위권의 대한민국 근로 복지 수준
현재 대한민국의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을 보장받으며 주 5일 하루 8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월 급여 이외의 복지 혜택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수준으로 보장되어 있다.
2025년 기준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이미 중위 임금 대비 60%를 초과했고 국민 전체 생계비 중위값의 90%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원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 자영업마저 못해 생계가 막막한 실업자들이 보기에 그들은 기득권층이다. 심지어 문재인정부 당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도 “민노총과 전교조를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을 정도다.
실업자들에게 저임금 근로자는 부러운 ‘기득권층’
사회적 약자는 따로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민노총에서 말하는 약자·빈곤층, 즉 저임금 근로자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월급 주는 직장 가진 사람들은 이미 기득권층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노조를 등에 업고 좀 더 잘살고자 하는 덕분에 수많은 진짜 약자들이 대책 없는 실업자의 삶으로 내몰렸다.
직장에서 명퇴당하고 퇴직금으로 팔자에 없는 사업을 벌였다가 자본금 날리고 50세 이상은 편의점 알바로도 써 주지 않는 현실에 놀라면서 하는 수 없이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된 그들….
갑자기 금리가 오르며 자칫하면 집마저 날리게 된 현실 앞에 속수무책인 그들….
‘나홀로’ 자영업자, 고령의 실업자가 진짜 약자
모든 게 가족을 위한 일이었음에도 가족에게서 구박과 타박을 받는 신세가 되어 구도자의 심정으로 하루하루 참고 버티는 그들, 수많은 베이비부머들이 임금 받는 근로자인 민노총의 전사들을 얼마나 부러워할지 생각해 보라.
무조건 약자 코스프레하는 모질이·찌질이들, 빌 헤이우드가 걸었던 길을 가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북조선이든 러시아든 좋으니 어서 가라. 그게 아니라면 제발 이기심을 잠시 덮고 눈을 돌려 진짜 약자들, 그 안타까운 이웃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좀 생각해 보라. 민노총 정신 차려!!
박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