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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무역협상 비준 둘러싼 트럼프와 이재명의 ‘마지막 선택’
  • 김영 기자
  • 등록 2026-01-27 17: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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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준 대신 이행을 앞세운 정부의 선택
  • 되돌릴 수 없는 판단을 피한 전략
  • 트럼프의 관세 카드 앞에서 커지는 위험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10.29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전격 선언하며 던진 질문은 분명했다.

 

“왜 한국 국회는 이 합의를 비준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한국 정부와 여당의 대응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청와대는 관세합의의 ‘이행 의지’를 강조했고, 여당은 대미투자특별법의 상정·심의 일정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문제 삼은 ‘비준’ 대신, 정부와 여당은 ‘특별법 이행’이라는 전혀 다른 쟁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흐름은 단순한 메시지 혼선으로 보기 어렵다. 

 

반복된 발언과 대응을 종합하면, 이재명 정권은 이 합의를 비준 대상으로 규정하는 판단 자체를 회피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비준과 이행, 결정적으로 다른 선택

 

비준은 헌법상 조약이나 이에 준하는 국제협정을 국회가 승인하는 절차다. 

 

한 번 비준 대상으로 인정되면, 그 합의는 법적 지위를 획득하고 국회의 통제와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 이후 유사한 통상·안보·재정 협정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반면 이행은 행정부의 정책 선택에 가깝다. 

 

이행 입법은 속도와 범위, 방식의 조정이 가능하고 정치·외교 환경 변화에 따라 수정이나 보완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이행은 관리할 수 있지만, 비준은 확정된다. 이 차이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정부가 답하지 않은 질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던진 질문은 명확하다. 이 합의는 비준 대상인가, 아닌가. 만약 비준 대상이라면 다음 질문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순간 책임의 주체는 국회가 아니라 행정부로 이동한다. 

 

합의를 조약이 아닌 ‘행정부 간 약속’으로 처리한 법적 판단의 근거, 헌법 제60조와의 관계, 대규모 재정·통상·안보 부담에 대한 평가가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정부는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이행 의지’와 ‘특별법 진행 상황’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이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기보다 질문 자체를 다른 문제로 바꾸는 대응에 가깝다.

 

 ‘되돌림’을 남긴 정태호 의원의 발언

 

여당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은 이 같은 정부 판단을 보다 분명히 드러낸다. 

 

정 의원은 관세 논란과 관련해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2월까지 상정해 통과시켜달라는 것이 정부의 요청이었다”고 밝혔다. 즉각적인 처리나 긴급 통과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시간 여유를 전제로 한 접근이었다는 설명이다.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합의를 법적으로 확정하는 선택을 서두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 대통령의 관세 권한을 둘러싼 사법 판단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비준을 통해 합의를 확정하기보다 상황을 지켜보며 되돌릴 수 있는 이행 국면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읽힐 여지가 크다. 

 

비준을 피한다는 것은 곧 되돌림의 가능성을 남기겠다는 뜻이다. 이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트럼프가 문제 삼은 것은 ‘자동차’만이 아니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자동차 관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한국산 자동차, 목재, 제약 제품을 포함한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산업을 겨냥한 조치라기보다, 한·미 무역 합의 전반의 법적 지위를 문제 삼는 성격이 강하다. 

 

자동차 관세만을 전면에 내세우는 해석은 트럼프 발언의 범위를 축소한다. 

 

그의 메시지는 개별 품목이 아니라 한국이 이 합의를 어떤 법적 틀로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불만을 포괄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관보 게재’ 설명이 비켜간 쟁점

 

정부는 “관세 인상은 연방 관보에 게재돼야 효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행정 절차에 대한 설명으로서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 관보 게재 여부는 관세가 언제 발효되느냐의 문제다. 

 

반면 트럼프의 질문은 왜 관세를 다시 올렸느냐, 그리고 왜 합의가 비준되지 않았느냐는 문제다. 

 

관보를 강조하는 순간 헌법과 조약의 문제는 시간표 관리의 문제로 전환된다. 이는 쟁점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쟁점을 비켜간 설명이다.

 

미 대법원이 특정 관세 근거를 무효로 판단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관세 수단은 여전히 여러 개 남아 있다.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단기 수입제한 조항, 반덤핑·상계관세 등 관세를 부과할 법적 경로는 다층적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비준’을 문제 삼는 이유는 분명하다. 

 

관세를 매번 새 법적 근거로 꺼내는 싸움이 아니라, 상대를 한 번에 묶는 법적 확정을 원하기 때문이다. 비준된 합의가 있다면 관세는 협상의 카드가 아니라 이행 수단이 된다. 

 

이 지점에서 한국 정부의 ‘되돌림 전략’과 트럼프의 요구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자동차 25%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특히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충격은 산업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외환시장은 이를 단일 품목 이슈가 아니라 한국의 대미 수출 구조와 통상 리스크가 재평가되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산업이 직접 타격을 입을 경우 경상수지 개선 기대가 낮아지고, 이는 원화 약세 압력과 환율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자금은 급격한 이탈보다는 신규 유입 중단과 관망 국면 전환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관세는 철강·반도체 등 다른 전략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는 선례가 되기 때문에, 시장은 이를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으로 반영하게 된다. 

 

주식시장에서는 자동차·부품주를 넘어 외국인 비중이 높은 대형주 전반에 밸류에이션 조정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채권시장 역시 성장 둔화 우려로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 수 있으나, 환율 변동성 경계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동시에 늘지 않는 불안정한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자동차 관세 25%는 단순한 수출 감소가 아니라 환율·주가·금리의 균형을 동시에 흔드는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략인가, 오판인가

 

청와대와 여당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묻지 않은 ‘특별법 이행’을 앞세워, 그가 분명히 물은 ‘비준’의 질문을 다른 문제로 바꿔 놓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비준은 되돌릴 수 없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선택의 비용이다. 

 

이재명 정권이 비준을 피하며 선택한 ‘되돌림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관세 권한을 여러 카드로 보유한 트럼프의 대응을 고려하면 오히려 위험을 증폭시키는 오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오판의 피해는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를 거쳐 국민이 먼저 입게 되며, 그 판단의 정치적 책임은 정권이 져야 한다.

 

관세 분쟁의 본질은 관세율이 아니다. 합의를 어디까지 확정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기록으로 남는다.


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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