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오른쪽)과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대미투자특별법처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2026.2.24 [사진=연합뉴스]
국회에서 이른바 ‘대미투자특별법안’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법안 심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본회의 처리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법안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제대로 제기되지 않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하다.
3500억 달러라는 막대한 투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그리고 그 투자 방향을 누가 결정하는가.
이 두 질문이다.
이번 법안의 배경이 된 한미 협상 팩트시트를 보면 투자 사업 선정 절차가 비교적 분명하게 규정돼 있다.
“투자 사업은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미국 대통령이 선정한다.”
또 투자 집행 절차 역시 다음과 같이 돼 있다.
“미국이 투자처를 선정해 통지하면 한국은 45영업일 후 투자금을 납입한다.”
문장을 그대로 읽으면 의미는 어렵지 않다.
한국은 투자 사업에 대해 제안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최종 선정 권한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는 구조다.
그런데 국회에 제출된 대미투자특별법안을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법안만 보면 투자기금이나 투자공사가 투자 대상을 선정하고 정부가 이를 관리하는 구조처럼 설계돼 있다.
형식적으로는 한국이 투자 결정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협상 문서와 국내 법률 사이에 분명한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협상 문서를 보면 투자 사업 선정 구조는 미국 행정부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법률만 보면 마치 한국이 자율적으로 투자 결정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은 법률을 보고 정책을 이해하게 마련인데, 협상 구조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정책 설명이 아니라 사실상 정책의 실질을 가리는 일이 된다.
3500억 달러라는 투자 규모 역시 마찬가지다.
이 거대한 자금이 실제로 누구의 돈인지, 어떤 방식으로 조성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
기업 투자와 정책금융 지원을 통해 마련한다는 설명이 반복되고 있지만, 투자 손실이 발생했을 때 그 부담이 어디로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결국 대미투자특별법 논쟁의 본질은 점점 더 단순해진다.
돈은 어디서 나오고, 투자 방향은 누가 정하는가.
그러나 지금 국회 논쟁은 이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 논의의 초점은 국회 사전 동의냐 사후 보고냐 같은 절차 문제에 머물러 있다.
절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투자 결정 구조의 실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와 상당수 올드미디어의 태도다. 협상 문서에 명시된 투자 결정 구조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하지 않으면서 법안의 형식적 구조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민은 마치 한국이 투자 결정을 하는 것처럼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협상 문서를 함께 읽어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법과 협상문의 괴리를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책 홍보가 아니라 국민 기만에 가깝다.
국회 역시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특히 야당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더욱 아쉽다.
이 정도 규모의 해외 투자라면 최소한 재원 구조와 투자 결정권 문제를 정면으로 따져 묻는 것이 국회의 기본 역할이다.
대미투자특별법 논쟁의 핵심은 결코 복잡하지 않다.
3500억 달러는 누구의 돈이며, 투자 방향은 누가 결정하는가.
정부와 국회는 이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그 답 없이 법안 처리만 서두른다면 논쟁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률 문구의 설명이 아니라 협상 구조의 진실을 국민에게 명확히 밝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