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정보공개 청구, 그러나 협상안은 봉인된 채 시간만 흐른다. 한미일보 그래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법원에 냈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절차지만, 실질적으로는 당장 공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민변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
이는 과거 한미FTA 사례가 증명한다. 당시 민변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벌였지만, 협상 중에는 단 한 줄도 공개되지 않았고, 협상 종료 후 국회 비준까지 끝난 뒤에야 일부 산업 영향평가 문건과 협상 계획 자료가 공개됐다.
법원도 “협상 진행 중에는 국익을 위해 비공개가 가능하다”면서도, “협상 종료 후에는 국민의 알 권리가 더 크다”고 판시했다.
결국 협상이 기정사실이 된 뒤에야 제한적으로 드러난 것.
그렇다면 민변은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이번 청구를 왜 했을까.
답은 정권이 얻는 실익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투명성을 가장하는 효과다.
정보공개청구가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정부는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스스로를 투명한 정부로 포장할 수 있다. 한미FTA 때도 정부는 “청구가 접수됐으니 법적 절차에 따른다”며 시간을 끌었다.
둘째, 책임을 회피한다.
정부는 협상 조건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정보공개법상 외교·통상 기밀은 비공개 가능하다”는 조항을 방패로 내세울 수 있다. 협상 결과가 불리해도 책임을 피할 여지가 생긴다.
셋째, 논란의 초점을 바꾼다.
국민이 궁금한 건 투자 주체, 회수 구조, 불이행 시 책임 같은 실질적 쟁점이다. 그러나 논란은 “왜 공개하지 않느냐”라는 절차 문제로 옮겨간다. 한미FTA 당시에도 핵심 쟁점은 사라지고, ‘공개냐 비공개냐’ 논란만 남았던 경험이 있다.
넷째, 시간을 번다.
정보공개가 거부되면 소송으로 이어지고, 판결까지 수년이 걸린다. 한미FTA 협상도 2007년 타결됐지만, 일부 자료가 공개된 것은 2012년 법원 판결 이후였다. 그 사이 협상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결국 이번 정보공개청구는 국민이 바라는 투명성을 담보하기보다는, 정권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수단으로 작동할 공산이 커 보인다.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고 보는 이유다.
정부와 민변이 짬짬이를 한 것이라 볼 근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협상의 본질은 감춰지고, 절차적 논란만 남는다면 국민의 알 권리는 다시 한 번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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