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육사 40기 지금 세상은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고 있으며, 언어와 지식의 지형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579년 전, 세종대왕이 펴낸 훈민정음, 곧 한글이 AI 시대를 이끌 ‘큰 틀의 언어’로 새롭게 조명을 받는다.한글은 단순히 문자를 넘어, AI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창조, 자유, 윤리를 모두 담은 통합적 지혜의 결정체다. 이는 인류의 미래 문명을 이끌 큰 틀의 언어이자 미래를 설계하는 운영체계의 원리를 제공한다.
1. 한글은 창조의 씨앗, 디지털 시대의 운영체제를 주도
AI의 힘은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가에 달려 있다. 소리글자인 한글은 AI의 검색, 생성, 창조 원리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조립하여 음절을 만드는데, 이는 마치 가장 작은 부품을 모아 무한한 체계를 만드는 방식과 같다.
한글의 과학성과 독창성 덕분에 AI는 한국어 데이터를 자소 단위로 쪼개고 결합하는 입체적 학습을 매우 효율적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글자를 줄줄이 늘어놓는 영어 등의 표기 방식보다 데이터 압축률과 인식 정확도가 훨씬 높다고 알려져 있다.
나아가 한글은 발음 기관과 하늘·땅·사람(천·지·인)의 조화를 본뜬 설계도를 담고 있어 단순한 소리 표기를 넘어 우주의 질서와 원리를 포함한다. 이 덕분에 AI가 소리를 인식할 때 잡음과 오류를 줄이고 정확한 의미를 해석하는 데 유리하다고 한다. 한글은 사람과 기계를 잇는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한 AI 언어의 운영체제로 발전하며 디지털 시대를 주도할 것이다.
2. 한글의 자유로운 구조, AI의 창의성을 뒷받침
미래 문명을 이끌 진정한 힘은 통찰과 창조력이며, 그 창조를 뒷받침하는 것은 자유와 자율이다. 한글의 문장 구조는 비록 동사가 마지막에 오지만, 어근과 체언에 어미가 붙는 조사(助詞)를 사용하기 때문에 단어의 순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진다. 이는 AI에게 다양한 시점과 감정의 폭까지 학습시킬 수 있다.
생성형 AI는 한글을 통해 논리적 사고를 넘어 감성과 직관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다. 시와 노랫말을 짓고, 이야기를 만들며, 인간 감정의 미세한 떨림까지 기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AI 사용자가 알고 있고 통찰한 만큼의 결과물을 만들지만, 한글은 AI가 단순한 데이터 처리 도구가 아닌, 창조적 글쓰기와 인간의 숨결을 불어넣는 예술적 경지로 진화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창조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자유로운 언어인 한글의 유연함이 곧 창의적인 생산물을 만들 것이다.
3. 한글은 사랑의 언어, AI에게 윤리를 심는다
AI 시대에 윤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AI를 윤리로 제어하지 못하면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한글은 '사람을 위한 글', '사랑과 자비의 언어'라는 근본 철학이 깃들어 있어 AI의 윤리 지침서가 될 수 있다.
AI도 우리가 무엇을 입력하고 검색을 요구하고 가르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우리가 사랑에 기초한 한글로 칭찬, 감사, 사랑, 응원, 연민 등 수많은 긍정의 언어로 학습을 시키면, AI가 윤리적 판단과 공감 능력을 갖추는 데 기여할 것이다.
AI가 윤리적 정신을 갖게 하는 기술적 요소는 이제 인류가 공동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전 인류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창조적 지성을 극대화하며, 사랑과 자유의 가치를 널리 퍼뜨리는 기술을 연구해야 한다. 우리는 한글을 단순히 사용하고 보존하고 지구촌으로 확대할 언어가 아닌, 미래를 설계하는 AI 운영체계의 핵심 구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는 세종대왕의 위대한 발명과 지혜를 인류의 미래로 잇는 길이다.
4. 한글 정신에서 배우는 강군(强軍)론
한글 창제의 근본정신인 애민(愛民)은 국가 생존의 원리인 안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안보는 전쟁을 방지하고 도발하는 적을 제압하고 평정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목표로 한다. 한글이 품은 창조, 자유, 사랑의 가치를 안보에 접목하면 창조 군대, 자율(自律) 군대, 승리하는 군대를 만들 수 있다.
대한민국 군대는 인구 감소, 훈련까지 개입하는 정치적 후진성, 경직된 조직 문화, 초급 간부 사기 저하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싸워 이기는 군대'라는 본질적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 이는 군의 사고(事故)마저 정쟁으로 삼는 위정자들의 애민과 위민 정신의 결여와 경직된 관료주의가 혁신적 사고를 가로막는 데서 생긴다. 이러한 근본 문제는 한글 정신으로 극복해야 한다.
⓵창조 군대: 한글이 최소한의 자모로 무한한 소리를 표현하듯, 군은 과학적 체계성을 기반으로 실전적 훈련 체계와 기술과 전략을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군별 창의적 혁신을 기초로 땅과 바다, 공중과 사이버 공간에서 이기는 전략과 전술과 전투 연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드론과 전투 로봇, 무인기와 우주 전력을 유연하게 조합하여 AI 기반 통합 표적 획득과 분배, 임무와 장비를 연결하는 플랫폼(MMP) 중심의 비정형 전략을 창출해야 한다.
⓶자율로 사기 충천한 군대: 한글의 애민 정신을 병영에 접목해야 한다. 군의 사기는 모든 장병이 제 역할을 다하고 제복이 존중받을 때 생긴다. 군의 질서유지 법리와 상명하복은 신앙처럼 유지하되, 개인과 전술 과제에 대한 '지혜 공유'로 전투 현장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국방 정책에 반영하여 수직적 복종과 상호 신뢰, 자발적 헌신을 조화시켜야 한다.
⓷사랑으로 승리하는 군대: 한글의 천·지·인 조화 원리에서 승리하는 군대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장군단은 다양한 적을 제압하고 승리하는 전략을 세우고 가르치며(天), 장교단은 전쟁 수행 능력을 강화하고(地), 용사들은 현장에서 전투를 종결할 수 있도록 전사의 조건(人)을 갖추어야 한다.
군은 한글 정신으로 현재의 가용 전투력을 100% 활용하는 창조적 지혜와 자율적 임무 시스템을 구축하여, 이겨 놓고 싸우는 국가 안보의 방패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