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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개혁으로 포장된 독재의 완성… ③검찰의 칼을 빼앗은 자들
  • 김영 기자
  • 등록 2025-11-18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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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장동 항소포기, 검찰권 남았으나 권한 지워져
  • 공소권 통제한 권력, 檢 행정부 부속물로
  • 베네수엘라·헝가리·터키 닮아가는 이재명 정권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감사원 개편, 공무원 검증, 검찰 구조조정, 대법원 증원 등 일련의 제도개혁은 ‘정치적 중립 강화’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헌법이 보장한 권력 분립과 행정 견제 시스템의 재구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미일보>는 이를 ‘개혁이라는 이름의 국가 권력 재설계’로 규정하고, 감사원·공무원·검찰·사법부의 제도 변화를 축으로 삼아 그 권력 집중의 메커니즘과 민주주의적 함의를 검증한다. 〈편집자 주〉

독재는 더 이상 총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제도로 설계된다. 베네수엘라·헝가리·터키가 그 과정을 증명했고 한국은 지금 그 문 앞에 서 있다. [그래픽=한미일보]

[목차]

① 감사원의 눈을 멀게 한 개혁

② 충성의 행정국가=민주당 선거 조직화

③ 검찰의 칼을 빼앗은 자들

④ 사법부의 인사정치, 대법관 증원법 이면

⑤ 개혁의 언어, 독재의 문법


11월7일,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은 끝내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종결됐다. 공소심의위원회는 열리지 않았고, 담당 공판팀 의견도 공식 기록에 반영되지 않았다. 사건 종결을 결정한 것은 검찰이 아니라 법무부였다. 그날 내려놓은 것은 항소장이 아니라 검찰권이었다. 칼은 존재하지만 휘두를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검찰은 헌법이 보장한 준사법기관이며,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사건을 일부 담당하고 있지만 국가 형사사법 체계에서 공소권(기소·공소 유지·항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그러나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은 그 마지막 남은 공소권마저 정무적 판단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검찰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정권이 결정했고 검찰은 이를 집행했을 뿐이다.


검찰 개혁의 본질은 검찰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데 있지 않았다. 핵심은 검찰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권력을 견제하는 구조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정권은 검찰 위에 또 하나의 상위 견제 기관을 만들었다. 그것이 공수처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흔히 ‘옥상옥’ 구조로 평가해 왔다. 하지만 지금 나타나는 결과는 그 명분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공수처와 검찰개혁 시스템은 검찰을 견제하고 권력 남용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설계됐지만, 이제 이재명 정권의 자기 보호장치로 이용되고 있다. 내년 10월이면 검찰은 수사권을 상실하고 사실상의 공소청으로 전환된다. 그 마지막 공소권까지 정권의 구두 지시로 흔들릴 수 있다면, 검찰은 더 이상 권력 견제 기관이 아니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기능하지 않는 순간, 독립성은 형식이 된다.


이 변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세계 여러 국가에서 검찰과 사법 권력의 재배치를 통해 민주주의가 무력화된 사례가 축적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네수엘라다. 우고 차베스 정권은 검찰을 해체하지 않았다. 수사권을 분리하고 공소권 행사에 행정부 승인 절차를 도입한 뒤, 검찰은 정권 비리를 수사하지 않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검찰은 남아 있었지만 검찰이 아니었다.


헝가리에서는 사법부 인사에 정치가 개입하며 독재 구축의 마지막 단계로 작동했다. 빅토르 오르반 정부는 헌법을 폐기하지 않았고 제도를 없애지 않았다. 대신 대법관 수를 늘리고 임기 구조를 조정하며 ‘법률 해석권’을 장악했다. 법은 그대로였지만, 법을 해석하는 힘은 권력의 것이 되었다.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독재가 완성된 사례다.


터키는 쿠데타 없이 이루어진 독재의 또 다른 사례다. 레젭 타입 에르도안 정부는 ‘개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검찰·사법부·언론·선거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재조정했으며, 결국 선거는 유지되지만 경쟁 없는 정치체제가 구축됐다. 터키의 민주주의는 붕괴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재설계되며 후퇴한 것이란 평가를 듣는 이유다.


한국은 ‘첫 위험 신호’를 지나 ‘설계도가 돌아가기 시작한 단계’에 들어섰다.


현대의 독재는 탱크를 움직이지 않는다. 법과 제도를 통해 서서히 구축된다. 베네수엘라·헝가리·터키가 이미 그 과정을 보여 주었고, 한국은 지금 그 시점에 서 있다.


검찰의 칼을 빼앗은 이재명 정권이 다음으로 노리는 것은 ‘해석의 권력’이다.


대법관 증원은 단순한 인사제도 개편이 아니라 ‘헌법 해석권의 재배치’라는 점에서 독재 위기의 징후로 해석된다. 사법 권력이 재조립되면 독재는 법을 어기지 않고도 완성된다. 관련 내용은 ④편 〈사법부의 인사정치 ― 대법관 증원법〉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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