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판매자(셀러) 계정이 해킹돼 80억원이 넘는 정산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20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알리익스프레스의 로고.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제공, 연합뉴스]
2024년 하반기∼2026년 초, 한국 유통 시장에서 가장 급격하고도 위험한 변화를 만들어낸 이름은 단연 알리와 테무이다. 이 두 중국계 초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초저가’라는 단 하나의 무기를 앞세워 한국 소비 시장 깊숙이 침투했고, 단기간에 수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드러난 것은 가격의 혁신이 아니라 품질의 붕괴, 안전 공백, 그리고 규제 주권의 허점이었다.
알리·테무의 ‘초저가’ 전략… ‘효율’의 결과일까
알리와 테무의 상품 전략은 처음부터 정상적인 시장 경쟁의 궤도를 벗어나 있었다. 999원 노트북, 1000원 드론, 무료 배송, 무한 쿠폰은 생산·물류·유통의 어느 단계에서도 합리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것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효율’의 결과가 아니라 기만을 전제로 한 미끼였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처음엔 ‘중국에서 만들어서 싸다’고 이해했지만, 실제로 받아든 제품은 ‘싸서 문제가 있는’ 수준을 넘어 ‘쓰레기 품질의 제품’인 경우가 빈번했다. 전원이 켜지지 않는 전자제품, 구형 폐기물 수준의 CPU(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 입력 지연이 수 초에 달하는 키보드, 사과를 주문했는데 사과 사진을 보내온 사례, 몇 번의 사용만으로 파손되는 생활용품은 예외가 아니라 다수 사례였다.
규제의 비대칭… 알리·테무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국내 기업은 동일한 제품 하나를 판매하기 위해 KC 인증을 받고, 시험 성적서를 제출하고, 리콜과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반면 동일하거나 더 위험한 제품을 해외 플랫폼을 통해 직구로 들어올 경우, 상당수는 면세 또는 인증면제를 받으며 손해배상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라 규제의 비대칭, 즉 알리와 테무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며 시장 질서에 대한 국가의 관리 실패다.
한국 소비자의 태도를 완전히 바꾼 것은 가격도, 배송도 아닌 안전이었다.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초까지, 서울특별시를 포함한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사 결과 알리와 테무가 판매한 제품 다수에서 기준치를 수십~수백 배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어린이용 제품이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납, 카드뮴…. 이들 물질은 단순한 ‘불량 성분’이 아니다. 호르몬 교란, 신경 발달 저해, 생식 독성과 직결되는 물질이다. 아이들이 입에 넣고, 만지고, 장시간 접촉하는 물건에서 이런 수치가 나왔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에 강한 경각심을 불러왔다.
알리·테무의 ‘초저가’… 위기의 중국 경제 ‘출구 전략’
알리와 테무의 초저가는 단순한 가격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중국 경제 구조의 위기에서 비롯된 출구 전략에 가깝다.
부동산 붕괴, 내수 침체, 과잉 생산 등으로 위기에 처하자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생산을 줄여야 하지만, 중국 당국은 대량 실업과 사회 불안을 우려해 공장 가동을 유지했다. 그 결과 쌓인 재고가 해외로 쏟아져 나왔다.
이를 경제학적으로는 디플레이션 수출이라 부른다. 내부의 가격 하락 압력과 과잉 생산을 외부 시장에 떠넘기는 방식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구매력이 있으며, 가격에 민감한 시장이었다. 즉 가장 적합한 배출구였다.
확률형 이벤트… 목적은 트래픽과 데이터
알리와 테무가 활용한 또 하나의 핵심 전략은 확률형 이벤트였다. “거의 당첨” “한 칸 남음”이라는 문구로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친구 초대와 연락처 접근을 유도했다. 그러나 사후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명확했다. 당첨 확률은 사실상 0에 수렴하도록 설계돼 있었고, 이벤트의 실질적 목적은 상품 제공이 아니라 트래픽과 데이터였고, 소비자는 고객이 아니라 홍보 도구이자 정보 제공자로 취급됐다.
이들 플랫폼은 결제 정보와 구매 패턴, 기기·위치 정보까지 대규모로 수집하지만, 데이터 저장·활용의 투명성은 부족하고 사법 관할권은 국외에 있다. 202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제재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러나 그 조치만으로 이 문제의 뿌리를 제거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1000원짜리 물건을 국제 배송하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에는 구조적 답이 있다. 만국우편연합 체계는 중국을 개발도상국 범주로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발 국제 우편 요금은 비정상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 그 차액의 상당 부분을 수입국의 우편 시스템, 즉 한국의 공공 재원이 부담한다. 정상적인 가격 형성이 불가능한 중국 경제의 구조 속에서 생산된 물량이 해외로 밀려 나왔고, 한국인이 제일 큰 피해자이다.
중국 저가 상품… 생산은 중국에서, 소비와 폐기는 한국에서
정상적인 원가·품질·검증을 거친 상품이라면 판매할 수 없는 저가는 중국 기업의 효율화의 결과가 아니라 비용 은폐에 의한 것이다. 안전 인증과 품질 검증을 우회한 채 유입된 저(低)내구성 제품은 잠시 사용한 후 폐기물로 전락하고, 처리 비용과 환경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이 떠안아야 한다. 생산은 해외에서, 소비와 폐기는 한국에서 이뤄지는 ‘국경을 넘는 폐기물 이전’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2026년 현재, 알리와 테무는 한국 시장에서의 이미지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그들은 인증 확대, 로컬화 전략, 대규모 투자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정한 결과이자, 동시에 초기 전략의 한계를 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보수적 시각에서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검증이다. 규제 준수, 책임 소재 명확화, 동일한 세금 부담.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한 전략 수정은 또 다른 포장에 불과하다.
알리·테무의 초저가 상품의 홍수는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이익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업 기반을 잠식하고, 안전 기준을 무력화하며, 시장 전체의 신뢰를 붕괴시킨다. 이들 중국의 불량한 판매자들 때문에 정직하게 규제를 지키며 생산하는 한국 기업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미일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