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항 활주로를 내려다보는 고층 아파트 불빛, 군사보호구역 해제로 드러난 안보의 허점. 한미일보 그래픽
한국 국방부가 9월 30일 발표한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완화 조치. 총 400만㎡에 달하는 서울·경기·인천 일대의 군사보호구역이 풀렸다. 김포, 강화, 성남 등 한반도 안보의 핵심 거점들이 포함됐다. 서울공항은 대통령과 미군 장성들이 이용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작전상 위험은 없다”고 장담했다.
올드 미디어들은 이 사안을 “주민 편익” “관광 개발” “부동산 규제 완화”라는 제목으로 다뤘다. 안보적 의미는 뒷전이고, 개발 호재 기사로 소비한 것이다. 그리고 3일이 지났다.
이와 관련해 심각한 안보 리스크를 지적한 것은 한국 언론이 아닌 미국의 한 인사였다. 중국 문제 전문가 고든 창(Gordon Chang) 변호사는 X(구 트위터)에 “서울공항 주변 고도 제한 완화는 미국 대통령과 미군을 직접 노출시키는 결정”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그는 강화도와 김포가 과거 북한의 침투 루트였음을 상기시키며 “한국이 스스로 방패를 허물고 있다”고 썼다.
이 대목에서 질문이 생긴다. 왜 한국 언론은 고든 창만도 못한 안보 감각을 보이는가. 한국 기자들은 정부 보도자료에 안도하며 ‘지역 개발’ 프레임을 따르는데, 미국의 민간 전문가가 오히려 한국의 안보 구멍을 더 날카롭게 짚는다.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 언론이 안보 문제를 스스로 의제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1995년 임진강 버락바위 침투, 1998년 강화 잠수정 사건은 모두 서북 도서와 수도권 서부를 통해 발생했다. 해제구역은 이 지역들과 겹친다. 국방부의 이번 조치가 과거 사례와 겹친다는 점을 한국 언론이 먼저 제기했어야 했다. 하지만 국내 기사 어디에도 “역사적 침투 경로”라는 언급은 찾기 힘들다.
올드 미디어의 무감각은 구조적이다. ‘국방부 발표 = 사실’이라는 등식에 안주한 나머지, 안보 위험성을 지적하면 정부와 마찰을 빚을까 두려워하는 기류가 작동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보호구역 완화를 “부동산 호재” “주민 편익”으로 포장한 기사들이 그 증거다.
한미 동맹의 핵심 기지인 서울공항을 고층 건물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해 놓고, “주민 삶의 질 개선”이라 포장하는 언론. 이는 언론의 자기부정이며,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언론이 스스로 안보의식의 최전선이 되지 못한다면, 결국 한국 언론은 국가적 위기 앞에서 변명만 늘어놓는 ‘개발 홍보지’로 전락할 것이다.
군사보호구역 해제 문제는 단순한 행정 규제 완화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방패를 허무는 결정이며, 한미동맹의 신뢰마저 흔드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올드 미디어들은 ‘부동산 뉴스’처럼 다루었다. 국민보다 정부, 안보보다 개발 논리에 붙어사는 언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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