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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정권의 무능이 남긴 전략 공백, 미국의 선택은?
  • 김영 기자
  • 등록 2025-11-20 15: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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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프론트(Up Front)와 이스트업(EAST UP)의 구조에서 드러난 한국의 전략 부재
  • 중국 견제 구도 속에서 흔들리는 한국의 정치·안보 축
  • 미국은 한국의 어느 정치세력과 손잡을지 판단하는 중

‘업프론트(Up Front)’ 설계로 한국에 대한 경제 군사적 지렛대는 마련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남은 고민 중 하나는 이재명 정권의 견제 세력 부재. 그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지원할까. [그래픽=한미일보]

미국은 한미무역협상을 마치자 바로 점검에 들어갔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캐시 파텔 국장의 한·중·일 순방을 늦게 공개한 것은 이런 해석의 배경이 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전략적 최종 목표는 중국의 태평양 진출 차단이다. 따라서 이 관문을 지키는 한국의 정치적 안정과 기울기 관리가 전략의 중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권은 한·미무역협상에서 이 구조를 읽지 못한 채 스스로 올무 속으로 한국의 미래를 집어넣었다.


이재명 정권의 가장 큰 실수는 한·미 협상을 ‘거래’로 이해한 데 있다. 문구·세율·보조금처럼 눈에 보이는 항목만 쫓다 보니 그 항목들이 어떤 설계 구조 속에 배치돼 있는지를 끝내 보지 못했다.


양해각서(MOU)가 공개되면서 정부의 발표만 믿던 국민은 뒤늦게 협상 결과의 진실을 마주하고 있다. 협상 테이블의 동등한 당사자가 아니라 이미 완성된 설계도에 사후적으로 편입된 시공업자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 셈이다.


이재명 정권의 오판은 금전적 손해를 넘어 구조적 구속을 낳았다. 설계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고, 설계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도면은 유지된다. 지금 한국의 문제는 ‘협상을 잘못한 나라’가 아니라 ‘설계에 갇힌 나라’가 된 것에 있다. 이재명 정권이 협상에서 승리했다고 자평하는 동안 한국은 보이지 않는 올무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재명과 대통령실이 한·미무역협정 양해각서에 서명한 후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이런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어쩔 수 없었다’는 진솔한 고백 대신 ‘절반의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한 대통령실의 발표는 이런 추론을 가능케 한다.


이번 협상의 본질은 숫자도 세율도 아니다.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의 ‘Up Front 설계’는 반도체·배터리·에너지·금융·안보를 하나의 공급망 체계로 재배치하는 전략적 구조이고, 유럽과 일본은 이 설계 단계에서 일정 부분 참여했지만 한국은 설계가 끝난 뒤 호출됐다.


설계 도면을 보지 못한 채 시공에 참여하면 주도권도 해석권도 가질 수 없다. 오류가 발생하면 시공업자만 교체될 뿐이다. 지금 한국이 선 지점은 바로 그곳이다.


이 흐름은 미국의 공식 발표에서도 드러난다. FBI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캐시 파텔 국장이 11월4일이 포함된 주간에 일본·한국·중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동맹 협의’로 포장됐지만 실제로는 설계된 구조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점검하는 착공 전 점검 단계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재명이 ‘타결’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던 시점, 트럼프는 흡족한 표정으로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 정치를 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이다.


미국이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중국 견제를 위한 목적이 1순위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강조한 ‘EAST UP’ 구상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기 위해 한반도를 미군의 전진 기지로 삼는 개념이다. 이 전략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한국의 외교적‧경제적 기울기를 판단하고 대응해야 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트럼프의 Up Front 전략을 통해 한국의 통상·산업 전반은 물론 정치·군사적 지렛대를 확보한 미국이 이재명 정권을 견제할 정치세력을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재명 정권의 친중 기류, 중국의 서해·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 사법·언론 장악 시도 등은 미국 입장에서는 ‘전략적 불확실성’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1차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대목은 내년 1월로 예정된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판결이다. 미국이 주목하는 지점은 윤석열 개인이 아니다. 미국이 그를 주목하는 것은 그가 반(反)이재명 전선의 중심에 있다는 점과 이 축이 무너질 경우 한국의 전략적 기울기가 중국 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에 대해 확인된 바는 없지만, 한국 내 지지층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의 석방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선명성을 강화하는 모습은 미국의 전략 기류를 읽은 정치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특검의 구속영장 집행에 공개적으로 저항하며 정치적 체급을 키운 황교안 자유와혁신당 대표까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파 진영이 미국의 전략적 시그널을 해석하며 새로운 균형 축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이재명 견제 세력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미무역협상의 설계는 이미 미국의 손에서 완성됐다. 중국은 서해와 한반도 접경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은 한국의 전략적 기울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경제·통상 레버리지와 군사적 구상을 결합하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한국의 내부 균형과 기울기는 더 이상 국내 정치 차원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이재명 정권이 미국과의 협상 타결 이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조하고 나오는 것은 이런 흐름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을 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정권이 이런 기조를 강화할수록 한국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협상의 결과가 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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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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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ppierab2025-11-21 23:27:14

    비상계엄 이후에 윤대통령은 한마디도 안하고 비밀을 지키고 계심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지금까지 큰 판을 이루는 것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물론 트럼프는 힘든 일을 해 냈기 때문에 장합니다. 이 사설에 공감하고 잘 쓰신 글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이 주목하는 지점은 윤석열 개인이 아니다.”라고 표현된 거에는 엄청 섭섭함이 큼니다.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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