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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국 증시 폭등 이유는 450조 유동성”
  • 김영 기자
  • 등록 2025-11-21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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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사모펀드·정책 펀드가 만든 인위적 수급 랠리
  • 집중투표제가 열어젖힌 ‘6% 경영권 시장’의 위험성
  • 바잉 코리아(Buying Korea)… 중국 자금, 엑시트시장 노린다

증시를 밀어 올리는 보이지 않는 손. 공적 자금이 탈출할 시점이 되면 중국 위안화(CNY)가 거대한 매수세로 포진할 거라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 기업이 중국 영향력 안에 들어간다는 우려다. [그래픽=한미일보]

코스피지수가 4000선을 기준으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시장이 조정과 구조적 변화의 흐름으로 전환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언론이 말하는 인공지능(AI)·반도체라는 모멘텀(momentum, 주가의 상승·하락을 밀어붙이는 동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급등 랠리의 배경에는 국민연금·사모펀드·정책 펀드·해외 자본이 한꺼번에 유입되는 전례 없는 ‘공적 자금 중첩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025년 8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은 196조 원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281곳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상장사도 7곳이다. 


여기에 기관 전용 사모펀드(PEF) 153조 원이 결합됐다. 규제 완화로 투자 범위가 넓어지면서 시장에서는 “공적 자금의 투자 영역이 사모펀드 시장으로까지 뻗치고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5대 금융그룹이 10조씩 출자한 ‘국민성장펀드’ 50조 원을 시작으로, 총 150조 원 규모의 정책 펀드를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 산업은행 중심의 이 자금은 AI·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 집중하면서도, 상장시장에 흘러 들어갈 수 있는 경로를 사실상 열어 둔 상태다.


문제는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국민성장펀드라는 세 가지 자금 풀이 하나의 시장에서 ‘중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시장이 선제적으로 반응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국민연금의 패시브 매수, 사모펀드의 공격적 진입, 국민성장펀드의 정책적 자금 배분이 합쳐지면서 450조 규모의 공적·준(準)공적 유동성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구조가 만들어낸 수급 변화가 결국 ‘뇌관’을 건드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에 더해 스튜어드십 코드와 집중투표제가 결합되면서 6~10%의 지분만으로도 대기업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되자, 해외 헤지펀드가 한국을 ‘글로벌 최저비용 경영권 시장’으로 보고 공격적으로 유입해 들어오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최근 외국인 순매수 급증의 배경 역시 이 제도적 변화와 맞물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도록 한 원칙이지만, 한국에서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을 제도적으로 정당화하는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6~12%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수백 곳에 달하는 현실에서 이는 사실상 ‘공적 자금의 경영 간섭’의 확대를 의미한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지분으로도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제도다. 이사 3명을 뽑는 상황에서 10% 지분을 가진 투자자가 ‘10% × 3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 줄 경우 이사 1석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해외 헤지펀드·사모펀드·국민연금이 6~10% 지분만으로도 대기업 이사회를 흔들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며, 이는 곧 지배구조 불안정과 경영권 리스크로 이어진다.


이 부분에 대해 ‘연금 사회주의 반대운동’을 이끌고 있는 최환열 회계사는 ‘자본시장의 사회주의로의 전환’이라며 일침을 날렸다.


“지금 한국 증시는 오르는 것이 아니라 끌어올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사모펀드·국민성장펀드가 동시에 상장시장에 들어오면 대기업의 실질적 소유 구조는 공적 자금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이 구조가 굳어지면 한국의 주요 대기업은 사실상 사회화되고, 한국 자본주의는 연금사회주의로 기울게 됩니다”


더 근본적인 위험은 그다음 단계인 ‘중국 자본의 한국 공습’에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국민연금·사모펀드·국민성장펀드의 운용 목적은 기업 운영이 아니라 수익 실현입니다. 결국 엑시트시장이 필요한데, 그 최종 매수자가 중국 자금이 되면 우리는 ‘바잉 코리아(Buying Korea)’를 현실로 마주하게 됩니다. 지금의 증시 랠리는 이 거대한 위험의 전조입니다”


단순히 외국인 매수·매도의 변화가 중요한 게 아니고 사모펀드·국민성장펀드·해외 헤지펀드는 모두 ‘수익 실현’을 전제로 움직이기 때문에 일정 시점이 되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규모 지분 매물이 한꺼번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이 물량을 받아낼 국내 자본 주체가 사실상 없다. 국내 연기금은 이미 투자 여력에 한계가 있고, 금융기관은 규제와 리스크 관리 때문에 블록딜(block deal, 기관과 기관 간의 대량 매매)을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대한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 국유기업과 국부펀드(SWF)는 입장이 다르다. 중국은 연간 수백조 원의 무역흑자와 국유기업 순이익을 바탕으로 글로벌 최대 매수자로 기능할 수 있어, 상장사 대규모 지분이 시장에 쏟아지는 순간 ‘바잉 코리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지금 한국 증시의 폭등은 단순한 투자심리의 회복이 아니라, 450조 공적·준공적 자금이 만들어낸 구조적 수급 랠리다. 이 흐름이 지속될수록 대기업 경영권은 흔들리고, 자본시장의 민간성은 약화되며, 한국 경제의 자본 권력은 정책·공적 자금 중심으로 재편될 위험이 커진다.


증시 이상 폭등의 원인에는 위에서 언급한 유동성 확대나 제도의 변화뿐 아니라 총통화량(M2) 증가, 원화 약세, 부동산 자금 대출 규제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전문가들이 현재의 증시 상황을 ‘구조 재편에 따른 투기적 장세’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증시는 지금 ‘랠리의 시대’가 아니라 지배구조 재편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겉으로 보이는 지수의 상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본 권력의 중심축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는 것’이라는 지적은 곱씹을 가치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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