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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안동댐에 가다… 15년 만에 떠오른 시신, 미이라가 된 진실
  • 김영/이효주 기자
  • 등록 2025-08-29 17: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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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이라로 돌아온 그가 원한 건 무엇일까
  • 알 권리를 가로막은 경찰의 허망한 주장
  • 정치적 불신의 그림자는 누가 만들었나
본 르포 기사는 2010년 실종된 안동영명학교 남 모 교감이 15년 만에 안동댐에서 시랍화된 상태로 발견된 사건을 추적합니다. 경찰은 우울증에 따른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으나, 현장 조사와 주민 증언, 그리고 비공개된 수사 기록은 여전히 많은 의문을 남깁니다. 한 교육자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교육재단의 권력 구조, 경찰 수사의 불투명성, 그리고 정치적 불신까지 겹쳐져 국민적 의문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남 모 교감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 수변에서 40여미터 떨어진 곳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미일보

안동댐 석동동 선착장은 늦여름 햇살 속에 고요했다. 수면은 잔잔했지만, 이곳이 지난 5월 19일 전국 언론의 주목을 받은 장소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는다. 


실종된 지 15년 만에, 안동영명학교 교감 남 모씨(1957년생 추정)의 시신이 수심 29미터에서 건져 올려졌다. 머리와 발목은 유실됐지만 몸통은 셔츠와 바지를 입은 채 온전히 유지된 상태였다. 경찰은 “우울증에 따른 투신 자살”이라고 발표했으나, 현지에서는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크다.

 

“자연 시랍화? 믿을 수 없다”

 

경찰은 남 교감의 시신이 ‘시랍화(屍蠟化)’ 현상으로 보존됐다고 설명했다. 뻘 속에서 공기와 차단돼 부패가 지연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의학 교과서에 따르면 시랍화의 조건은 ‘밀폐된 공간, 저온, 공기 차단’이다. 안동댐은 여름 수온이 30도 전후, 수심 30미터도 10~15도로 미생물이 활발히 증식하는 환경이다. “이 조건에서 어떻게 몸통만 보존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극히 드물지만 해외에서는 실제로 시랍화된 시신이 발견된 사례가 있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지의 저수지나 밀폐된 묘지에서 수십 년간 형태가 유지된 경우다. 따라서 경찰의 설명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안동댐이 그런 환경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부족하다. “가능성은 있지만, 경찰이 입증해야 할 몫”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사에서 교감까지, 그리고 돌연한 실종

 

남재섭 교감은 1977년부터 특수교육 교사로 일하며 장애학생 교육에 헌신했다. 2007년에는 ‘들꽃장학회’를 조직해 생활이 어려운 학생을 지원했고, 수필집 벌거숭이(1999), 내 마음의 쉼표(2009)를 펴낸 교육자이자 문필가였다.

 

그러나 2009년 1월 26일, 전환점이 찾아왔다. 안동영명학교 교장이자 재단이사장이었던 배연창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남 교감은 생전 배 교장의 신임을 받아 출판기념회까지 주관했지만, 이후 재단 유족들과의 갈등 속에서 ‘불편한 존재’로 밀려나 도촌분교로 전보됐다. 


교직원들은 이 시기를 두고 “남 교감이 점점 고립돼 갔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그는 2010년 7월, 도촌분교 학생 29명을 이끌고 일본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불과 한 달 뒤, 방학 기간 중 안동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유족의 침묵

 

사망 원인을 두고 지역 사회에서 여러 추측이 오가지만, 유족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유일한 직계 가족인 딸은 언급을 회피했고, 지역 언론인과 경찰을 통해 전해진 유족의 의사는 “가만히 두어 달라”는 메시지였다. 

 

이미 실종과 사망이 오래 지난 만큼, 남은 가족으로서는 더 이상 논란에 휘말리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이를 두고 “이해할 만하다”는 반응과 “그렇기에 더더욱 진실이 묻힌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하지만 그의 우울증과 관련해서는 경찰이 전한 유족의 전언이 전부다. 그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최소한 병원 치료 기록이나 상담 내역, 아니면 동료나 지인의 일관된 진술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회피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이 무슨 조사를 했는지, 어떤 근거로 ‘우울증에 따른 자살’이라고 단정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장과 기록의 괴리

 

사건 당시 보도에는 “신발과 넥타이가 주차장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현장을 찾아보면 의문이 커진다. 2010년 당시 선착장은 공사 미완 상태였고, 주차장에서 수변까지는 20~30미터의 비탈길과 자갈밭이 이어져 있었다. 때문에 단정히 정리된 신발과 넥타이를 투신의 자연스러운 흔적으로 보기 어렵다. 

 

시신 발견 지점도 뭍에서 약 40미터 떨어진 수심 29미터 뻘 속이었다. 수중구조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은 “익사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부력으로 떠오르는 게 일반적인데, 곧바로 가라앉아 뻘에 묻혔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한미일보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안동경찰서의 답변. 이들이 밝힌 미공개 결정에 대한 법적 근거는 청구 취지에 어긋난 법 적용이란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한미일보

경찰, 그리고 알 권리의 벽

 

경찰은 사건을 종결 처리했지만,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태도는 불신을 더 키웠다. 청구인은 ▲종결 보고서 존재 여부 ▲시랍화 과학적 근거 ▲당시 선착장 공사진행 상황 ▲시신 인양 기록 등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

 

안동서가 제시한 근거는 △ 공공기관의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비공개 규정) △ 검사와 사법경찰관 수사준칙 제69조(수사 중 사건만 열람 가능) △ 경찰청 내부 지침 등이다. 하지만 사건은 이미 종결됐고, 요청한 것도 피의자 진술이 아닌 과학적 설명이었다. 내부 지침을 외부 청구인에게 적용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의신청이 제기되자 안동서는 수사심의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심의회는 “청구인이 요청한 정보는 최근 유튜브 등 SNS에 떠돌고 있는 안동댐 변사사건에 대하여 의혹을 가진 취재성 정보공개청구로 판단한다”며, 국민의 알 권리나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취재성 정보공개가 국민의 알 권리와 무관하다는 수사심의위의 논리를 듣는 순간, 멀리서 들려온 강아지 울음소리가 겹쳐졌다. 고요한 댐과 대비되는 그 울음은, 진실을 묻어두려는 공권력의 목소리가 얼마나 공허하게 울리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꼬리를 무는 정치적 그림자

 

사건은 교육재단의 갈등을 넘어 정치적 불신으로까지 번졌다. 일부 유튜브 채널과 지역 언론에서는 남 교감 사건과 특정 정치인의 과거와 연관 지으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생년월일 변경 논란, 미성년 전과 기록 의혹 등이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고, 확인된 사실로 보기 어렵다. 지역에서도 “정치적 의혹은 차치하더라도 경찰 수사의 불투명성이 문제였다”는 데 공감대가 더 넓다. 결국 이번 사건은 정치적 음모론의 소재가 되었다기보다는,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결과로 불신이 증폭된 사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고요한 댐, 가라앉지 않는 의혹

 

8월 말, 다시 찾은 안동댐은 적막했다. 관광객은 드물고 수면 위로는 철새들만이 떠다녔다. 그러나 이 고요한 물속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이 가라앉아 있다.

 

15년 만에 드러난 남 교감의 시신은 과연 자살의 결과였을까, 아니면 누군가의 손에 의해 감춰진 진실이었을까. 경찰의 설명은 의혹을 잠재우기는커녕 더 많은 물음을 낳았다.

 

안동댐은 오늘도 흐르지만, 남 교감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미이라처럼’ 굳어 있다.

 

[안동=김영 / 이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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